Arena di Verona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펼쳐지는 곳)
2023년은 Arena di Verona Festival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해였어요. Arena di Verona Festival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Arena di Verona는 서기 30년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으로 2,0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잘 보존되어 온 고대 건축물이라 역사적으로도 아주 의미가 있는 장소예요. 2026년 열리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폐막식도 여기에서 개최된다네요. 원래는 3만명 이상 수용가능하지만 오페라나, 콘서트 용으로 사용될 때는 22,000명정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고대로마 원형극장에서 관람하는 오페라라니.. 너무 낭만적이잖아요.
베로나 오페라 축제 100주년 기념 개막작 티켓구입
표를 사기 위해 웹사이트로 들어가봅니다.https://www.arena.it/en
100주년 기념 오페라 페스티벌 첫날이라 그런지 표가 거의 다 팔렸어요. 4월 30일에 표를 구매했으니 약 45일전인데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 싼 35유로 좌석 그것도 몇좌석만 남았더라구요. 아쉽지만 더이상 망설이다간 이 표도 없을 것 같아 재빨리 구매했어요. 구매하고 나면 아래와 같은 티켓이 첨부된 이메일이 와요. 프린트할 필요는 없고 입구에서 이메일 보여주시면 돼요.
베로나 숙소 알아보기
그리고 호텔을 알아보는데 정말 구하기 어려웠어요. 오페라가 9시에 시작해서 자정가까이 되어 끝나기 때문에 아레나 근처에 숙소를 잡고 싶었는데 모두 솔드아웃이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페스티발인데다 100주년 기념이라니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나봐요. 늦은 밤에 택시타는 것도 무섭고 도보가능한 거리를 찾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같아요.
간신히 아파트하나를 예약했습니다. 아레나에서 650m 정도 떨어진거리라 충분히 갈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호텔이 아니라 처음에 좀 망설이긴 했지만 선택의 범위가 넓지 않았고 사람들이 몰리는 날이었고 늦게 예약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가격도 괜찮다고 생각되어 예약을 했는데 참 만족스러운 숙소였어요. 이 숙소도 다음에 시간이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오페라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았는지 숙소에 오페라 관람용 방석도 4개나 비치해놓았더라구요. 2,000년 된 돌로 만든 아레나에서 오페라를 보는 거라 이 방석이 없었다면 2시간 넘게 앉아있는 건 쉽지 않았을 듯해요. 여기서 일단 보너스 점수 100점!!!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100주년 기념 개막식날 풍경 ( 비행기 및 특별 게스트 출연)
드디어 개막식날 아레나근처로 갈수록 점점 소란스러워지더니 와우~~~~ 정말 장관입니다. 레드카펫이 아레나 밖에 깔려 있고 이탈리아의 유명인인지 아니면 비싼 표를 산 관객들인지 사람들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입장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보라색 망사같은 모자를 쓴 분도 대단했는데 차마 정면 사진은 못 찍었어요 ㅎㅎㅎ
진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보이시죠? 저희도 들어가서 앉았어요. 돌로 만든 아레나에 무슨 좌석이 있을까 싶었지만 돌앞에 좌석 번호가 써있더라구요. 저희 좌석은 무대를 바라봤을 때 왼쪽 아주 윗쪽이었어요. 다행인건 저희 앞이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라 시야에 걸리는 부분이 없었어요. 발도 편하게 뻗을 수 있었구요.
100주년 기념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날이라 비행기들이 이탈리아 국기 색깔인 녹색,하양, 빨강의 연기를 뿌리며 아레나 위를 날아갑니다. 어둑어둑한 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삼색의 연기와 고대의 아레나가 어우러져 너무 낭만적입니다.
100주년 기념 오페라 축제 개막 특별 손님으로 소피아 로렌이 왔습니다. 헐리우드의 전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원로 배우죠. 1층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피아 로렌이 자리에 앉기까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칩니다. 굉장히 사랑받고 존경받는 배우라는 게 느껴졌어요. MZ세대들은 모르겠죠...지금 찾아보니 1934년생이시니 90이 가까운 나이네요.... 와....
그리고, 이제 시작하나 싶었는데요 ㅎㅎㅎㅎ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시작을 좀 늦춰야겠다는 장내방송이 나와요..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챙겨서 후다닥 도망갑니다 ㅎㅎㅎㅎ 위에 가려줄 것이 없기에 비가 오면 그대로 노출되는 환경상 악기 보호는 필수겠죠. 이때부터 너무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밤늦게 끝날텐데 비가 한방울이라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나올 리가 없을 테고 그러면 오페라도 시작을 못할 테고...... 다행히 한 20분? 정도 지나서 다시 단원들이 나오고 이제 진짜 시작이네요.
100주년 기념 개막작 Aida 공연
전 예전에도 베로나에서 아이다를 본 적이 있는데 이번은 정말 놀랐어요. 전통적인 아이다의 무대가 아니라 완전 현대적인 배경의 무대였어요. Stefano Poda라는 유명한 연출가의 작품이래요. 개인적으로 이 분의 연출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름을 잘 기억해 놓았다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른 무대도 꼭 보고싶어요.
매일경제에 서울 시립오페라 단장이 기고한 기사를 링크합니다. 기사에 보니 이집트 왕으로 출연한 분이 한국인 성악가 임채준님이시라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더 감동하면서 들었을텐데 아쉬워요. 아이다 역을 맡은 Anna Netrebko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라노입니다.정말 성악가분들 대단하세요. 그렇게 넓은 원형극장을 가득 채우는 성량이라니요.
무대연출도 정말 충격 그 자체였어요. 오페라하면 특히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이번 연출은 현대적이다 못해 아예 미래지향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베로나 오페라 축제 후기를 보면 1막만 보고 가셨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오페라는 도저히 중간에 자리를 뜰 수 없는 압도적 무대였어요. 그 많은 연출자들의 동선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무대장식도 굉장히 특이하고 의상도 말할 것 없이 독특하고요.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어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Aida를 보고 난 후 감상 및 추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관람시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저의 사랑스런 동행자도 이번 오페라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뮤지컬은 원래 가리지 않고 다 즐겨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페라 관람은 처음이라 표를 사놓고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해주니 뿌듯했어요~~~
여름에 이탈리아 가시는 분들 Verona Opera Festival 강추합니다. 베로나라는 도시자체가 자그마한데 너무 분위기가 좋아요. 이번 이탈리아 여행중에 친퀘테레에 이어 두번째로 좋았던 도시입니다. 강을 바라보며 했던 식사도 좋았고 다리를 가로질러 계단을 올라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베로나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오전에 밀라노에서 "최후의 만찬" 관람 후 베로나로 이동하셔서 줄리엣의 집 보시고 느긋하게 작은 도시 관광하시고 밤에 오페라 보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예요. 밀라노에서의 쇼핑을 포기하신다면요 ㅎㅎㅎ 실제로 저희가 이렇게 했어요.
자정이 넘어서 끝난 오페라를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만족감으로 흥분하며 수다를 떨었어요.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더없이 완벽한 공연이었어요. 좋은 추억만 가득한 이탈리아 여행이었어요. 언젠가 3번째 Aida를 볼 수 있는 날도 올까요?